영상물등급위원회

  •  
  •  
  •  

시네톡톡

영화관련 외부칼럼을 전해드립니다.

시네톡톡 검색란
경이롭다, 마을 화랑의 얼굴 풍경 /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칼럼] 경이롭다, 마을 화랑의 얼굴 풍경 / 영화 <바르다가 사랑...

자그마한 88살 여성과 껑충한 33살 청년을 쫓아가는 카메라가 이들의 대화를 슬쩍 흘린다. “멋진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는 게 좋았어.” “지금처럼 계획 없이 계속 여행을 할까요?” “그래, 우연은 항상 최고의 조력자거든.” 우연에 몸을 맡긴 여정, 여유롭고 담담하고 나른하게 추억을 새기는 길.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합성어 ‘아트멘터리(Artmentary)’가 어울리는 영화지만, 예술가의 성찰과 사유를 경쾌한 필치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에세이 필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프랑스어와 영어 제목 가 여정의 방향을 일러준다. 크고 작은 마을을 화랑으로 삼아 얼굴 축제를 여는 두 프랑스인은, ‘여성 영화의 대모’ ‘누벨바그의 어머니’로 불리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과 본명보다 이니셜로 알려진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JR이다. 인간사 희로애락이 담긴 표정들을 보노라니 사진에 관한 명언 몇 마디가 스쳐간다. “사진은 기억을 가진 거울.” “사진의 특유한 가치는 감정을 격동시키는 힘에 있다.” “사진 촬영은 이성적 판단과 직관적 반응이 결합된 행위이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바르다 필모그래피에 따라다니는 말이다. 주체적인 포즈라 우길 순 없지만, 진귀한 흑백 스틸 하나를 소개한다. 탁자 위에서 한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 카메라 지지대를 붙들고 있는데, 웬 젊은 여성이 남자의 등을 짐짝처럼 밟고 서서 뷰파인더에 눈을 붙인다. 첫 영화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1955)을 찍던 바르다 감독의 모습이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에서 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여성의 불안을 실시간 중계한 바르다는 다큐와 픽션의 경계를 허물었다. 감독의 심상 풍경이자 자화상인 <아녜스의 해변>을 비롯해 <방랑자>와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등 바르다 영화는 대상과 타자에 머물던 여성을 중심에 세우길 반복했다. “JR의 작업은 예술과 실천이 하나 되어 헌신과 자유, 정체성과 한계를 이야기한다.”는 평가대로 지난 10년 동안 그는 맹렬했고 거침이 없었다. 텅 빈 수영장 바닥과 돌기둥, 빈민가 계단과 무너진 다리, 컨테이너 선박과 천막촌 지붕 등 세계의 거의 모든 공간과 주변 사물이 JR의 캔버스가 되었다. 프로젝트 대다수가 허가를 받지 않은 게릴라식 작업이며, 스폰서를 두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JR에겐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의 큐레이터이니까. 전쟁과 빈곤, 폭력의 현장을 덮은 JR의 프로젝트 ‘여성들은 영웅이다’ 는 바르다를 사로잡았을 게 분명하다. 할머니와 손자뻘 사내가 키워갈 우정을 예고하듯 손그림 애니메이션으로 꾸민 오프닝 크레딧이 정겹다. 바르다와 JR은 포토 트럭을 끌고 프랑스 시골 곳곳을 돌며 사람들의 얼굴을 찍는다. 그리고 깜찍한 ‘이동 사진관’에 실린 프린터로 집채만한 사진을 뽑아 벽이며 기둥에 바른다. 출력한 사진엔 광부 아버지의 손때 묻은 빵 맛을 잊지 못하는 노인의 쓸쓸함과 거대한 농지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농부의 고단함, 버려진 마을을 되살리려는 주민들의 애환과 염원이 차례로 담긴다. 2대에 걸친 종 연주가의 사명감과 사랑을 약탈한 증조부를 기억하는 손주 이야기는 감동과 웃음을 나눈다. 거세하듯 어린 염소의 뿔을 태워버리는 농장주와 손으로 젖을 짜는 맛을 자랑하는 농부를 통해 생산만 강조하는 세태를 꼬집기도 한다. 소금이 아니라 표백제로 삶은 것 같은 분말 더미에 갇힌 두 사람은 판타지 영화의 어린이들처럼 신난다. 잘 찍은 사진은 생명력을 되살리는 법. 시장 좌판에서 기진맥진 헐떡이던 생선들이 날개를 달고 공중의 급수탑을 맴돈다. 마법 또는 별난 방생. 카메라로 20세기를 증언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패션 사진의 전설적 인물 기 부르댕. 바르다에게는 좋은 친구이자 든든한 동지였다. 브레송표 사진예술의 정점이자 유행어로 번진 ‘결정적 순간’. 삶의 순간순간을 예리하게 꿰뚫어본 그가 영화 제작자였고 조연출에 단역으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싶다. 브레송 부부의 묘지를 보는 바르다의 시선이 떨린다. 화면에 오르지는 않지만 브레송의 묘비명엔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이다.” 불멸성을 고집하지 않는 JR의 모든 작업이 그렇듯 이번에도 구경꾼에겐 아쉽기만 하다. 바닷가에 흉물처럼 놓인 거대한 벙커를 장식한 젊은 바르다의 친구 모습은 하룻밤도 버티질 못했으니 말이다. “사진이 사라지는 건 익숙하지만 바다는 너무 빨랐다. 바다는 항상 옳다. 바람과 모래도. 사진은 사라졌고 우리도 사라지겠지만 영화는 끝나지 않고...” 바르다의 독백이 허무를 물어뜯는 시로 들린다. JR과 협업은 즐거워도 그놈의 시커먼 선글라스가 영 마뜩찮은 바르다. “정이 없어 보이고 장막을 친 것 같다”며 투덜대지만, 매정한 선글라스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군데군데 예상치 못한 유머가 튀어나올 뿐 아니라 클래식 필름을 인용하고 뒤트는 수법은 재미를 더한다. 수십 년간 명징하게 초점과 앵글을 조절했던 바르다의 지친 눈동자를 덮치는 <안달루시아의 개>의 면도날이 섬뜩하다. JR의 휠체어를 탄 바르다가 루브르 내부를 휘젓고 다니는 대목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국외자들>에서 세 남녀가 벌이는 통쾌한 장난을 끌어왔다. 밤중에 벽을 스크린 삼아 영사기를 돌리던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가 떠오르는 장면도 있다. 여성 영화의 대모답게 바르다의 연출은 르아브르 항만에서 빛난다. 아내를 남편의 뒤가 아니라 옆에 세우거나 거대한 트레일러의 여성 토템, 노동과 연대, 여성과 역사, 영화와 동료, 이웃. 바르다의 침침한 눈과 주름투성이 발가락을 얹은 화물차는 이제 21세기 누벨바그를 꿈꾸며 달릴 터이다. 바르다와 JR이 고다르 감독을 찾아가는 결말부가 흥분을 자아낸다. “고독한 철학자이자 영화계를 바꿔놓은 탐구자.” 바르다의 고다르 평가는 과찬이나 입에 발린 덕담이 아니다. 고다르와 자크 드미와 바르다의 우정. 칸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을 연출한 남편 드미 감독이 병으로 죽어갈 때 바르다는 그와 지낸 33년 세월을 되돌아본 〈낭트의 자코>로 친구들을 흔들었다. 설레고 들뜬 감정은 현기증으로 바뀐다. 불청객은 아닐 터인데 심술인가, 울리려 작정한 것인가. JR의 말마따나 바르다 영화의 서사 구조를 깨려는 의도인가. 연출된 것이라면 감독의 관록에서 나온 고도의?능청이고, 그게 아니면 예술과 현실의 악연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JR이 바르다에게 안긴 작별 선물이 더 없이 맑고 향기롭다. “얼굴마다 사연이 있다”는 대사대로 그윽하고 더러는 축축한 얼굴 풍경을 이어간 두 감독은 메시지도 묵직하게 전달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 자체가 대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단락마다 기록과 기억의 신비, 인간 존중과 삶을 감싸는 온기로 가득하다. 느끼면서 이해하게 될 이 영화를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한다. 글. 영화평론가_ 박평식 *스틸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홍보용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일 2018-06-05

  • 조회수 413

[전문가 노트] 영화 홍보마케팅의 세계

[기타] [전문가 노트] 영화 홍보마케팅의 세계

[글. 영화홍보마케터_한순호] ?1. 영화 흥행에 마케팅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품질입니다. 품질이 좋은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품질이 좋은 영화가 성공합니다. 여기서 ‘품질이 좋은 영화’란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상업성이 뛰어난 영화를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품질이 좋은 영화가 항상 흥행에 성공할까요? 안타깝게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흥행성이 있는 영화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영화는 다른 상품에 비해 경쟁이 극심한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2017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의 편수를 보면 총 1621편입니다. 영화는 매주 목요일, 주단위로 개봉하는데 일 년을 52주로 계산한다면 매주 31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셈입니다. 그 중 비수기(3-6월, 9-11월)에 개봉하는 영화는 매주 개봉하는 영화 중 오직 한 편의 영화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수기(7-8월, 12-2월)에 개봉하는 영화는 오직 두 편의 영화만이 살아남습니다. 또한 영화의 라이프 사이클은 다른 상품에 비해 엄청나게 짧습니다. 일반 상품, 예를 들어 새우깡 같은 제품은 처음 시장에 나온 지 4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팔립니다. 활명수와 같은 소화제는 제품 수명이 무려 100년이 넘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천 만 관객의 영화라 할지라도 극장에서 두 달을 넘길 수 없습니다. 흥행에 실패하면 개봉 1주 만에 극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 치열한 경쟁, 짧은 상품수명 때문에 품질이 좋은 영화도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면, 즉 마케팅을 잘못하면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마케팅으로 흥행에 실패한 사례를 들어보죠. 김주혁과 정려원 주연의 <적과의 동침>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 드라마인데 애매한 포스터 비주얼과 카피로 관객들로부터 호기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데 실패했습니다. “전쟁 안해유?”라는 카피에 일반 관객들은 <웰컴 투 동막골>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양호했으나 개봉 초기에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여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 반대로 마케팅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공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케팅을 잘해서 흥행에 성공한 최근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곤지암>은 순 제작비 11억의 저예산 영화에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영화 <곤지암>은 장동건, 류승룡 주연에 순 제작비 80억 원이 투자된 영화 <7년의 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와 <쥬라기 공원>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무비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주말에 개봉했습니다. 외적인 조건을 비교했을 때 <곤지암>이 흥행에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봉 결과 <곤지암>이 <7년의 밤>과 <레디 플레이어 원>을 물리치고 개봉주말 흥행 1위가 되었습니다. 저예산 영화, 유명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가 어떻게 유명배우, 흥행 감독, 블록버스터무비를 물리칠 수 있었을까요. <곤지암>은 개봉 전부터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관객의 호기심을 극대화 할 수 있었습니다.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끼치는 곳”이라는 카피와 이를 이용한 티저 예고편은 SNS를 통해 젊은층 사이에 퍼져나갔습니다. CGV페이스북에 처음 공개된 예고편은 공개 하루 만에 무려 1천 만뷰를 기록했습니다. <곤지암> 흥행 성공은 한마디로 영화 마케팅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 2. 영화 광고의 변천사 한국 영화 광고는 1980년대까지는 주로 신문광고에 집중했습니다. 당시 영화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주요 일간지 흑백광고가 영화광고의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1980년 대 말 미국의 직배사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 기법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 중심의 영화 광고에서 미국 블록버스터무비를 대상으로 TV광고를 하기 시작했고, 2000년 인터넷이 등장하자 TV와 함께 인터넷이 영화 광고의 중요한 매체로 등장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온라인 대형 포탈에 영화 광고가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00년대에는 수도권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한 무가지 (메트로, 포커스 등)가 등장하면서 영화 광고의 주요 매체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모바일 시대가 열렸습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자 신문, 잡지와 같은 프린트 매체의 영향력은 급격히 상실되고, 2010년 이후부터는 TV, 온라인, 모바일과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SNS가 영화광고의 주요 매체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영화 광고의 추세를 보면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모바일, SNS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매체 광고가 영화 광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80년대 신문광고에 한정되어 있던 영화광고가 이제는 공중파 TV, 케이블 TV, 온라인, 모바일, 아웃도어, SNS 등 다양한 광고 매체를 통해 관객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 3. 최근 영화마케팅의 추세 영화 개봉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경쟁이 심해지자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포스터의 경우 과거에는 본 포스터 하나만 만들었는데 지금은 티저 포스터뿐만 아니라 다중의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의 경우 캐릭터 포스터도 만듭니다. 또한 영화의 스토리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포스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도둑들>에서는 6종의 캐릭터 포스터를 만들었고, <베테랑>에서는 대결 구조의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 동영상의 경우에도 본 예고편뿐만 아니라 티저 예고편, 캐릭터 예고편,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제작기 영상,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 영상, 감독이 영화를 설명해주는 코멘터리 필름 등 다양한 동영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타겟 관객별 예고편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데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경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키벤져스>(키드와 어벤져스의 합성어)라는 예고편을 제작 배포하였습니다. ? 디지털 광고는 온라인, 모바일, 페이스북을 통해 배너광고, 동영상광고, 이벤트광고 등 다른 매체보다 더 다양한 광고기법을 동원하여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광고는 특정 나이, 성별, 지역 등을 타겟팅하여 광고를 노출할 수 있고, KMA(키워드 매칭 애드)를 통해 이용자의 검색 패턴을 분석하여 특정 키워드를 1회 이상 검색한 사람에게 광고를 송출하는 광고기법으로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습니다. ? 아웃도어의 경우 90년대까지는 시민게시판의 포스터 게첨이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버스광고, 지하철광고, 전광판광고, 대형 배너광고 등 다양한 아웃도어광고를 이용하고 있고,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야구장의 대형 전광판을 이용하여 영화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아웃도어 규제가 약한 외국의 경우 전철 전체를 특정영화 포스터로 장식하거나, 대형 입체간판을 세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 요즘 젊은 관객들의 이용률이 높은 매체는 유튜브입니다. 최근에 영화 마케팅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 또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영화의 컨셉을 이용한 UCC타입의 동영상 제작입니다. 예를 들어 개그맨 박나래를 이용해 만든 UCC영상 <해피 데스데이>는 영화의 주인공이 계속해서 살해된다는 컨셉을 코믹하게 만들어서 젊은층 관객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관객의 시선을 잡고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 마케팅은 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성공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영화 마케팅 전쟁이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들의 노력도 있지만 이를 관객에게 잘 설득하기 위한 마케팅의 노력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 *위 글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

  • 작성일 2018-05-16

  • 조회수 341

맛과 문화 그리고 삶의 무게, 영화 <트립 투 스페인>

[칼럼] 맛과 문화 그리고 삶의 무게, 영화 <트립 투 스페인>

“무차스 그라시아스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안내하는 ‘트립 시리즈’ 세 번째로, 지중해 햇살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분위기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탈리아와 영국 식당가를 옮겨가며 입맛을 다셨던 수다쟁이 사내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의 이번 목적지는 정열과 낭만이 공존하는 곳이다. 투우 경기와 플라멩코, 하루 다섯 차례 식사와 한낮의 달콤한 휴식 시에스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포함해 40개. 근대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돈키호테>와 136년째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20세기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번진 내전과 종신 총통제, 호날두와 메시가 골을 다투는 프리메라리가, 입체파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 세계영화사를 새롭게 쓴 감독 루이스 브뉘엘과 카를로스 사우라를 배출한 나라. 안개 낀 마음을 담은 루이 암스트롱의 리듬이 잦아들면 영화는 친구를 부추기는 목소리로 화면을 연다. “이번엔 스페인이야. 같이 가겠어?” ? 먼 옛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세계로 향했던 선조들처럼 플리머스 항만에서 의지를 다지는 두 친구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그런데 이들의 여행 일정은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바르셀로나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엔 눈길을 주지 않거니와 소싸움이나 축구장 함성에도 관심이 없다. 눈물을 흘리고 떠나 웃으며 돌아온다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도로 표시판만 슬쩍 보여줄 뿐이다. 닻은 내린 곳은 로저 무어가 주연한 <007 문레이커>의 촬영지였던 항구 도시 산탄데르. 그릴에 구운 생선을 발라먹던 두 사람은 억양을 조절하더니 정력절륜의 유명 인사부터 식탁에 올린다. 일흔둘 나이에 늦둥이를 본 가수 믹 재거의 저음과 공작새 제스처를 따라하는가 하면, 팔순에 들어서도 자식을 낳은 찰리 채플린에 견주면 자기들은 청소년이라며 능청을 떤다. 지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스티브와 롭이 구사하는 성대모사가 유머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이 순간을 즐겨야 돼. 50대는 인생의 황금기잖아.” “우린 잘 익은 과일이지만 매달려만 있으면 말라 죽어. 떨어져야지, 누가 따 가든가.” 앞질러 얘기하면 스티브의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생애나 작품을 모티브로 삼았다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을 안겨준다. 스티브가 나침반처럼 들고 다니는 책 <한여름 아침의 보행(As I Walked out One Midsummer Morning)>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영감을 준 사람은 로리 리죠.” “이번 스페인 여행은 로리 리처럼 해보고 싶어.” 작가 이름과 행보를 거듭 강조할뿐더러 버스킹(busking) 까지 재현할 정도니 윈터바텀 감독이 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시인 로리 리(Laurie Lee 1914 ~ 1997)가 1969년에 펴낸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유럽을 세밀히 관찰한 회고록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엔 아직껏 출간되지 않았는데, 영화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기둥 줄거리를 살펴보자. 런던에서 길거리 바이올린 연주와 건축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젊은 리는 미국인 무정부자의 딸을 사랑한다. 스페인어 “나에게 물 한 잔 줄래요?” 한 마디만 외운 상태에서 그는 홀로 스페인으로 떠난다. 바이올린과 담요를 생존 도구로 삼은 리는 1년 동안 북쪽 지방 비고(Vigo)에서 남부 해안까지 걸어서 가로지른다. 사회당의 승리와 파업, 파시스트와 공산주의자의 갈등 등 요동치는 스페인 사회를 지켜본 그의 여정은 내전과 함께 끝이 난다. ? “부에노스 디아고(좋은 아침이에요)!” 두 남자가 기지개를 펴며 슬슬 시장기를 자극하는데, 이전 두 작품에 비해 조리하는 방법이나 평가는 짧고 단순하다. 맛은 덜해도 영양가 높은 식단을 받은 기분일까. 빨간 파프리카로 간을 맞춘 소시지 초리소와 옥수수 크로켓, 당근즙을 입혀 끓인 초록입 홍합과 숯불에 구운 피망, 석쇠에 달군 가리비와 페놀로페 크루즈의 출세작 <하몽하몽>이 내놨던 말린 돼지 뒷다리 하몽, 풀 향기가 나는 청포도 쇼비뇽 블랑을 숙성시킨 화이트 와인 등 메뉴는 다양해도 감칠맛 나게 설명하진 않는다. ‘차콜의 신’ ‘바비큐의 제왕’이라 불리는 빅토르 아르긴소니스의 레스토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편하게 전기와 가스를 사용하기보다 나무와 불의 불편함으로 승부를 거는 식당인데, 영화는 “셰프가 자기 할머니처럼 요리를 만든다.”는 종업원의 귀띔으로 처리할 뿐이다. 원초적 불맛이 아니라 할머니의 손맛이라는 주장에 저항하긴 어렵다. “음식보다는 문화”를 강조한 스티브의 태도에서 여정을 가늠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그런데 스티브가 두 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라는 악몽과 환각이 심상치 않다. 스릴러 영화도 아닐 터인데 무슨 반전이라도 숨겨둔 걸까. ? 이번에도 잡학사전 엮듯 엮어가는 스크린과 배우 이야기는 풍성하다. 인용하는 작품은 <노 맨스 랜드>와 <엘 시드>와 <몬티 파이튼> 등 여러 편이 소개되는데, 아들을 강제로 입양 보내야 했던 여인의 실화를 옮긴 <필로미나의 기적>이 눈길을 끈다. 메시지가 강하고 완성도도 높은 수준이어서 각본과 주인공을 맡은 스티브의 자랑이 밉지 않다. 테리 길리엄 감독 필생의 프로젝트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와 그 실패담에 관한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만차> 뒷얘기는 영화광들에겐 아쉽고도 반갑다. 중년의 두 악동에게 성대모사 대상으로 찍힌 스타들은, 말론 브란도를 필두로 로버트 드 니로와 로저 무어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모사를 넘어 판박이 수준으로 웃음을 끌어내는데, 믹 재거 스타일의 햄릿과 데이빗 보위의 트윗에 얽힌 농담은 까무러쳐 쓰러질 지경이다. 유럽 감독들이 직유와 직결된 은유로 도배하길 좋아한다는 말에선 은근한 야유가 묻어나오고, <네 마음의 풍차(Windmills of Your Mind)>의 시적 노랫말은 음미할 만하다.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한 덕분인지 쭉쭉 뻗은 해안 도로와 쪽빛 바다 등 부감으로 잡힌 풍광들이 시원스럽다. 여기에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 음악으로 친숙해진 마이클 니만의 피아노 선율은 빗방울처럼 튄다. ? 갑옷차림에 조랑말을 타고 풍차 앞에 선 스티브와 롭. 후반부에 들면 스페인의 문화와 역사에 집중한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드물지만, 완독한 사람도 드문 소설이 <돈키호테>일 것이다. 광기와 이상이 절묘하게 뒤섞이는 데다 무모함과 우직함을 대표하는 두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만 650여 명에 이른다. 1부가 출간되고 2부가 나오기까지 10년 동안 가짜 속편들이 쏟아졌다. 그러자 세르반테스는 가짜 속편의 에피소드를 진짜 속편에 옮겨버렸다. ‘메타픽션의 선구자’다운 기발한 되치기이자 응징이다. 가장 강대하고 부유하고 빈곤했으며 가장 빛나고 어두웠던, 격동과 격변의 스페인 역사. 히틀러가 사부로 모셨을 법한 종교재판소 소장 토르케마다의 만행과 프랑코의 40년에 걸친 폭정은 끔찍하지만, 8세기 초엽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들과 알함브라 궁전 이야기는 안데스 산맥의 잉카, 마야 문명만큼이나 흥미롭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우쭐거리던 50대 사내가 흔들린다. 스포일러여서 밝힐 수는 없지만 그의 주변에도 그늘이 드리워진다. 혼곤한 잠 속으로 도망치고 싶었을까.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마지막 장면이 낮은 비명을 지르게 한다. 중심에 놓인 건 음식이나 문화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삶의 무게였다. 흔들릴수록 온몸으로 돌파해야 할 그에게 <돈키호테>의 두 구절을 읽어주겠다. “각자가 자기 운명의 창조자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승리다.” ? 글. 영화평론가_ 박평식 ? *스틸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홍보용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일 2018-05-02

  • 조회수 488

한국 에로 영화의 기승전결

[기타] 한국 에로 영화의 기승전결

[글. 영화평론가_김형석] ? - 조짐, 호스티스 영화와 토속 영화 ? <영자의 전성시대>와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 충무로에 ‘성인물’, 즉 ‘에로티시즘 영화’은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1982년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을 그 시작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물론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1970년대부터 조짐은 있었다. 심의와 검열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었지만, 196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시도되었던 에로틱한 표현은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를 통해 조금씩 그 수위를 높여갔다.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과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쏟아지기 시작한 호스티스 영화들은 여성의 운명을 담보로 펼쳐지는 인생 역정 드라마였다. 이 영화들은 ‘가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여성의 육체에 짐 지운다. 변장호 감독의 (1978)는 그 전형이다. 주인공은 관광회사 안내원이었지만 아버지의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호스티스가 된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거쳐가며, 이 과정에서 여자는 무정한 남자들 틈에서 상처만 입는다. 두 번째 조짐은 <애마부인> 이전에 등장한 ‘토속 영화’였다. ‘토속물’ 혹은 ‘향토물’이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던 이 영화들은 1960년대부터 지속되었던 ‘문예 영화’, 즉 문학적 가치가 높은 소설을 각색한 영화들과 에로티시즘의 결합이었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1. 정진우) <산딸기>(1982. 김수형) 등이 대표적인데 이 영화들 역시 여성의 육체에 가학적이라는 점에서 호스티스 영화와 궤를 같이 했다. ? ? - 시작, <애마부인>과 <변강쇠> ? <애마부인>과 <변강쇠> ? 1980년대 에로티시즘 영화를 시기 구분해본다면 기승전결의 구성이 가능하다. ‘기’(起)에 해당하는 1981~84년은 앞에서 언급한 토속 영화가 등장하고 <애마부인>으로 남한 사회에 거센 에로의 물결이 불기 시작한 기간이다. 여기엔 당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세력의 우민화 전략인 ‘3S 정책’(섹스, 스크린, 스포츠)도 크게 한몫 했다. 5공화국은 자신들의 정당하지 못한 정체성을 무마하기 위해 통금을 없애고, 프로야구를 출범시켰으며, 컬러 TV 시대를 열었다. 강요된 화려함의 시기였다. 이때 영화는 시대적 변화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발판이었으며, ‘최초의 심야 상영’ 영화였던 <애마부인>은 섹스와 스크린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 문제작이었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문턱에서 서성거리던 1980년대 초 한국영화를 확실한 에로티시즘의 왕국으로 끌어들였다. 사실 <애마부인>은 모순적인 영화였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 성적 욕망에 대한 표현만큼은 분명 이전 시대와 단절된 지점이었다. 여성의 욕망은 더 이상 억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같은 해에 나온 <빨간 앵두>(1982. 박호태)도 기억할 만하다. <애마부인>과 <빨간 앵두>는 ‘유부녀의 억눌린 욕망’이라는 주제를 끌어들이며 1980년대 에로 영화를 이끌었던 쌍두마차로, 이후 비디오 영화 시기까지 긴 시리즈로 이어졌다. 염재만 원작의 <반노>(1982. 이영실)는 1980년대 초기 에로의 이색지대다. 이 영화는 거미줄처럼 남성을 옭아매는 여성의 강력한 성욕을 다루는데, 이 영화의 유산은 이후 <색깔 있는 남자>(1985. 김성수) 같은 ‘팜므파탈 에로’로 이어진다. 이 시기를 마무리하는 영화는 <무릎과 무릎 사이>(1984. 이장호)였다. 정신분열증적 상황을 통해 여성의 뒤틀린 욕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당대의 파격이었던 이 영화는 한때 소프트코어 포르노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1985~86년은 기승전결의 ‘승’(承)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사극 쪽에서 강한 에로티시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결정적인 영화는 <어우동>(1985. 이장호)과 <변강쇠>(1986. 엄종선)와 <뽕>(1986. 이두용)이었다. <어우동>은 사극과 에로티시즘의 결합이 엄청난 흥행력을 지닐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었다. 왕과 사대부를 농락했고 신분과 계급을 넘나들었던 여인 어우동. 사실 이 영화는 당시로선 매우 급진적인 메시지를 지닌 영화였지만, 대중적 파급력은 ‘에로 영화’라는 레이블로 이뤄졌다. <뽕>은 앞에서 언급한 토속 영화의 흐름 속에서 풍자와 해학을 잘 버무린 코믹 에로 사극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사극 장르의 에로티시즘 영화는 <변강쇠>다. ‘변강쇠’ 이대근과 ‘옹녀’ 원미경이라는 완벽한 조합을 바탕으로, 이 영화는 당대 에로 사극의 관습과 트렌드를 확립했으며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을 낳았다. 특히 자신과 궁합이 맞는 남자를 찾아 헤매는 옹녀는, 에로 사극의 중심 캐릭터였던 ‘수절하는 과부’에서 벗어나 이 시기 에로 영화의 여성 캐릭터 스펙트럼을 한 뼘 정도 넓혔다. ?? - 번성, 비디오 영화의 등장과 <매춘> ? <매춘>과 <애란> ? 1987~88년은 한국 에로 영화가 양적으로 완전한 성숙기에 들어선, 기승전결의 ‘전’(轉)에 해당하는 시기다. 1980년대 전반기에 등장했던 <애마부인> <변강쇠> <빨간 앵두> <산딸기> <뽕> 등의 에로 흥행작들은 이 시기 우후죽순처럼 속편을 내놓았고, 거의 매달, 아니 매주 ‘에로 신작’이 개봉되었다. 신작이 등장한 건 극장가만은 아니었다. 지금은 IPTV로 넘어간 ‘에로 비디오 문화’가 시작된 것도 이 시기였다. 첫 비디오는 1988년에 나온 <산머루>. <산딸기>를 패러디한 제목이며, <자녀목>(1985. 정진우)의 제목을 변형한 <나녀목>(1988)도 등장했다. 에로 영화가 비디오 시장으로 서서히 영역을 이동했다는 건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88년 올림픽을 전후로 한국에 VCR 보급률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데, 그러면서 좀 더 많은 영상 콘텐츠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 한 축을 에로 콘텐츠가 든든히 맡게 된 것. 유호프로덕션을 선두로 굴지의 ‘에로덕션’들이 1990년대에 등장하며 극장가에서 서서히 사라지던 에로티시즘 영화의 전통을 가정 속으로 가져왔다. 한편 1987~89년 한국 에로 영화는 조금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양적 팽창의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전복적 의미를 지닌 작품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매춘>(1988. 유진선)은 197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흐름 안에 있으면서도, 매매춘이라는 한국 사회의 음지에서 이뤄지는 행태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점에서 ‘사회파 에로’로 분류할 만하며, <어둠의 자식들>(1981. 이장호)와 맥이 닿는 작품이다(두 편 모두 나영희 주연이다). 1989년 이후 1990년대 초까지는 기승전결의 ‘결’(結)에 해당한다. 올림픽 전후로 다소 느슨해졌던 검열을 등에 업고 번성했던 극장용 에로 영화들은 급속히 비디오 시장으로 흡수되었고, 충무로에선 서서히 ‘에로 장사’를 접게 된다. 특히 1992년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이른바 ‘기획 영화’의 흐름은 로맨틱 코미디와 모던 스타일의 액션에 초점을 맞추며 에로의 끈적끈적한 정서를 지워나갔다. 그럼에도 그 끝물인 1989년엔 몇 편의 인상적인 에로가 등장했다. <사방지>(1989. 송경식)는 겉모습은 여자이지만 남성의 물건을 지닌 ‘사방지’라는 캐릭터를 통해 1980년대 에로 중엔 거의 유일한 퀴어 시네마가 된다. <애란>(1989. 이황림)도 1980년대 에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마치 ‘한국판 <감각의 제국>’과도 같은 이 영화는 엑조티즘과 에로티시즘의 기묘한 결합이다. ? ? - 쇠퇴와 부활, IPTV 시장의 등장 ? <물 위의 하룻밤>과 <젊은 엄마> ? 사실 한국 에로티시즘 영화의 모든 것은 1980년대에 완성되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 시기 사극과 현대극을 아우르며 모든 에로 공식이 확립되었고, 비디오 영화를 통해 에로만의 마켓을 형성했다. 1990년대 말, 이승희를 내세운 <물 위의 하룻밤>(1998. 강정수)이나 심의 이슈로 화제가 된 <노랑머리>(1999. 김유민) 등이 있었지만 이미 멸종한 극장용 에로의 흐름을 잇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젖소부인 바람났네>(1995)로 스타덤과 결합하며 빅뱅을 맞이한 에로 비디오 산업은 2000년대 초 미소녀 트렌드와 결합하면서 절정을 맞이했지만, 대여점 산업의 몰락과 함께 순식간에 파산했다. 이후 짧은 동영상 중심으로 모바일 등을 통해 유통되던 에로 콘텐츠는 IPTV 시장이 열리면서 다시 장편화 경향을 띠기 시작하며 부활한다. 그 기폭제 역할을 했던 작품은 공자관 감독의 <젊은 엄마>(2013). 이 영화의 흥행 이후 쏟아지기 시작한 에로 영화들의 양적 위용은 유호프로덕션과 한시네마타운과 클릭엔터테인먼트가 건재하던 시기를 방불케 한다. 1980년대 퀴퀴한 동시 상영관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한국의 에로 영화는 비디오를 거쳐 산업적 팽창을 겪었지만, 산업적 격변 속에서 21세기 극도의 침체를 겪다가 지금은 IPTV와 다운로드 시장에 둥지를 튼 상태. 담는 그릇은 계속 변했지만 그 도도한 흐름은 한 세대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위 글은 위원회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작성일 2018-04-11

  • 조회수 570

당신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취향이 있나요? <소공녀>

[칼럼] 당신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취향이 있나요? <소공녀>

2011년, 경향신문의 특별취재팀은 사회적,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채 사는 청년층을 ‘삼포세대’로 명명했다. 이 용어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곧 포기 항목을 늘린 ‘오포세대’, ‘칠포세대’ 등의 단어까지 유행시켰다. ‘삼포세대’에서 ‘오포세대’로 넘어갈 때 동시에 추가된 것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1/5이 모여 사는 서울시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 중 하나인 ‘집’(住), 즉 안정적으로 살아갈 울타리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메뚜기처럼 남의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아야하는 처지의 설움이 인간관계 포기, 즉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을 죽이는 것과 유사한 성격 혹은 비중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후 포기 항목에는 꿈, 희망, 건강, 외모관리 등이 추가되더니, 이제 다 헤아릴 수조차 없어 N(natural number)이라는 알파벳으로 표기하기에 이르렀다. 더러는 이 안에 ‘삶’까지 포함시키며 비관적인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대기를 뒤덮지 않아도 우리 청춘들의 가슴은 충분히 답답하다. ? 지난 수년간 한국 독립영화는 이 절망적인 시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해왔다. <10분>(이용승),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안국진), <족구왕>(우문기) 등이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쏟아져 나왔고, <스틸 플라워>(박석영)와 <초행>(김대환) 등이 뒤를 이어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3월 22일 개봉한 <소공녀>(감독 전고운)는 이런 작품들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선한 캐릭터와 화법으로 눈길을 끈다. ? ? 대학을 중퇴하고 가사도우미의 길을 택한 ‘미소’(이솜)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처지다. 일당도 적고 일도 불규칙한데다 한 겨울의 반지하 월세방은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눌 수도 없을 만큼 춥고 낡았다. 궁핍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늘 우울할 것 같은 상황이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 만족감의 중심에는 착한 남자친구. ‘한솔’(안재홍)이 있고, 소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위스키와 담배가 있다. 이 세 가지는 N포세대인 미소가 감히 포기하지 않는,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자 그녀의 취향을 대변하는 것들이다. ? 어느 겨울 날, 담배값과 월세가 한꺼번에 오르자 미소는 응당 집을 포기하고 나와 대학시절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멤버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그 때부터 영화는 미소가 스스로 ‘여행’이라고 부르는 떠돌이 생활을 통해 다섯 가지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 같은 대학을 나왔고 함께 밴드 활동을 했지만, 몇 년이 흐른 후 멤버들은 너무도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가고 있다. 미소의 시선을 통해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떤 캐릭터와 가장 가깝냐고 물어오는데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무례하거나 폭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 ? 미소가 처음 찾아간 곳은 베이스를 치던 동기, ‘문영’이 일하는 대기업 빌딩이다. 점심시간에 손수 링겔을 꽂아가며 일할 정도로 성실한 직장인이 된 문영은 보증금을 모아 월세가 싼 곳을 얻어보겠다는 미소에게 ‘바람 든 것 같다’는 말로 응수하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인다. 예민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잘 수 없다는 그녀에게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서 더 좋은 직장에 가겠다는 목표가 현재 가장 중요해 보인다. 대학 합격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온 세대들이라면 십분 이해할 만한 인물이다. ? 결혼해서 살림을 하고 있는 ‘현정’은 미소를 뜨겁게 환영하지만, 시댁에 얹혀사는 처지로 손님을 들이는데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학창시절 키보드도 잘 치고 곡도 잘 쓰고 잘 놀고 잘 웃던 현정은 이제 시댁에서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남편과도, 시부모님과도 잘 소통하지 못하고 겉도는 그녀의 형편은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미소보다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결혼을 포기하지 않고 해낸 이들에게도 그 자체가 위안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또 한 명의 인물이 후배, ‘대용’이다. 결혼한 지 8개월도 안 돼 이혼남이 된 그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사코 대화를 거부하던 그가 드디어 미소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들려주는 아파트 이야기는 재미있는 대사들로 가득 한 이 영화 안에서도 압권이다. 그는 결혼할 때 아내가 원한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빚을 내서 산 아파트가 이제 20년 동안 꼼짝 없이 대용을 묶어두는 감옥으로 전락해버렸음을 고백한다. 그나마도 술병과 쓰레기로 가득한 더러운 감옥이다. 바로 앞 신(scene)에서 미소가 한솔에게 인생의 목표가 빚 없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이러한 대용과의 대화 중에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서 타인들이 으레 하고 있는 행위들을 미소는 그녀의 기준에 따라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스스로를 타인과 구분시키고 자존감을 지킨다. ? 네 번째로 찾아간 ‘록이’의 집에서, 미소는 이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적당한 사람과 결혼하려고 하는 록이에게 미소는 집은 없지만 자신에게도 생각과 취향이 있다고 잘라 말한다. 안정감을 느끼기 위한 타협 같은 것은 그녀의 사전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소의 삶의 태도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재워준 ‘정미’에 의해 무참히 공격당하고 만다. 자기 취향이 아님에도 시부모님이 준 큰 집에서 아이와 남편에게 집중하며 살고 있는 정미는 록이가 언급했던 안정감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도 끊지 않으면서 남의 집 신세를 지는 것은 ‘염치’가 없고, ‘한심’하다며 미소를 비난한다. 정미가 후배를 쫓아내며 마지막으로 내미는 것은 따뜻한 말 한 마디 대신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다. ? 등록금이 비싸 대학을 중퇴했던 과거도, 가사도우미라는 직업도, 집이 없다는 사실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꿋꿋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미소는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인물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멤버들의 집을 떠날 때마다 그녀가 보여주는 개념 있는 행동들, 예의, 따뜻함과 배려는 그녀를 그저 멋진 N포세대의 한 사람이 아니라 성녀(聖女) 같은 존재로 승화시킨다. 그녀는 청소와 요리, 엽서 등을 통해 멤버들을 감동시키고, 자신을 해고하기 직전인 술집 아가씨를 오히려 위로한다. 이러한 캐릭터의 미화는 다분히 의도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장례식장에 밴드 멤버들이 모여 미소를 회상하는 장면은 마치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소설이나 영화 안에서처럼 가공된 판타지적 인물로 느껴지게 만든다. 타인들의 기억 속에 웃는 게 예쁘고, 밥을 잘하고, 생각만 해도 미소가 나고, 스타일이 멋있었던 미소는 집에 이어 인간관계도 포기해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위스키를 즐긴다. 친구들도, 고용주도, 남자친구도 떠나보낸 그녀가 위스키를 마시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게 연출된 장면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는 한심해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허세로 보일지 몰라도 미소는 그렇게 우아한 자신의 취향을 끝까지 고집함으로써 팍팍한 사회를, 고된 인생살이를 버텨낸다. ? ‘소공녀’의 미덕 중 하나는 N포세대, 특히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영화에서 익숙히 보아왔던 사건이나 인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고운 감독은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행, 강간, 폭언과 욕설 등을 배제하고, 자극적인 영상 하나 없이 동시대 청춘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그리는데 성공했다. 어두운 시대를 끔찍한 사건들로 설명하기보다 주변에 있음직한 캐릭터를 유심히 관찰하는 방식으로 조명해낸 점이 훌륭하다. 주인공과 달리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기 위해 전전긍긍 하는 인물들까지도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은 데서 신인감독답지 않은 여유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빚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누가 뭐래도 포기할 수 없는 취향 하나가 간절해지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 글. 영화평론가_윤성은 *스틸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홍보용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일 2018-04-04

  • 조회수 621

세상을 바꾼 고뇌와 결단/영화 <더 포스트>

[칼럼] 세상을 바꾼 고뇌와 결단/영화 <더 포스트>

뉴욕타임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약칭한 제목의 영화 <더 포스트(The Post)>는 감독과 배우 이름만으로도 기대치를 높인다. 세계영화사를 통틀어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온갖 주제와 장르를 넘나든 감독은 찾기 어렵다. 〈E.T>와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와 <마이 리틀 자이언트> 등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판타지를 곁들인 모험극을 선사한 엔터테이너이자 <쉰들러 리스트>와 <뮌헨>, <링컨>과 <스파이 브릿지>로 시대와 인간 탐구에 몰두한 리얼리스트. 스필버그 작품을 두고 피터팬 콤플렉스나 시오니즘을 지적하는 일은 부질없다. 40년 넘게 영화를 만들며 유일한 취미가 영화 감상이라는 감독의 웬만한 흠집은 눈감아 주게 만든다.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라는 인물을 묘사할 단어가 선뜻 잡히지 않는다. ‘메소드 연기’니 뭐니 고리타분한 수식어를 들먹이기보다 다재다능하고 능수능란한 배우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게 낫겠다. 메릴 스트립이 스필버그 영화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도 신기하거니와 스트립이 톰 행크스와 같이 출연한 게 처음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할리우드 어른들의 경륜과 관록이 <더 포스트>를 우뚝 세운다. ? 1966년 베트남 정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도입부 27분을 영화 역사상 가장 리얼한 전투로 꾸민 야누즈 카민스키의 카메라가 다시 생지옥으로 안내한다. 미국인 전략 분석가 다니엘 엘즈버그(매튜 리즈)는 피투성이로 찢겨나가는 미군들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작은 지역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처참하게 펼쳐진 전쟁. 존슨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클라크 클리포드의 술회대로 미국인에게 베트남전은 ‘목표와 전략이 없는 전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베트콩이 아니라 베트남의 민족주의와 싸웠으니까. 게다가 상대편은 전쟁 영화의 영웅도 주눅들만큼 맹렬하고 끈질겼다. 7만 여명이 지하 30m 땅굴에서 3년 반을 버티는가 하면, 하룻밤에 산악지대 50km를 내달리는 건 기본이었다. 미군들이 제2차 세계대전보다 4배나 많은 폭탄을 떨어뜨리는데도 호치민은 코웃음을 쳤다. “폭격을 해라. 그러면 웅덩이가 파여 연못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그 연못에서 자란 메기를 잡아먹고 투쟁할 것이다.” 호기롭게 덤벼든 미국이 끝까지 멱살 잡혀 끌려간 전쟁에 관한 기밀문서가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로 <더 포스트>에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 ? 다큐멘터리 <전쟁의 안개>로도 알려진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지시를 받아 엘즈버그가 작성한 펜타곤 문서는 한 마디로 ‘미국의 베트남전 기획과 연출’이다. 가장 문제가 된 내용은 베트남 어뢰정이 미군 구축함을 선제공격했다는 ‘통킹만(Gulf of Tonking)’ 사건인데, 훗날 베트남전 확전을 정당화하려는 미국의 조작이었음이 밝혀진다. 내부자 엘즈버그로부터 펜타곤 문서를 입수한 뉴욕타임스는 30년에 걸쳐 정부가 감춘 사기극을 폭로한다. 경쟁지가 이토록 엄청난 비밀을 쏟아내는 판국에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의 딸 결혼식 취재에나 열을 올렸으니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의 눈엔 불이 켜진다. 특종 경쟁에 나서거나 기사 마감에 쫓기는 기자들은 사투를 벌이는 병사들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이익과 안보에 회복 불능의 위해를 끼쳤다며 뉴욕타임스를 닉슨 정부가 기소하자 법원은 추가 보도를 중지시킨다. “뉴욕타임스는 우리의 적이야. 반드시 기소해야 해.” 화면 밖에서 이악스럽게 내뱉는 닉슨의 대사에서 지금 백악관 주인장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이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가짜뉴스’라며 핏대를 세우니 말이다. ? ? 기밀문서의 주요 내용을 툭툭 넘기던 영화는 기자로서 정의감과 언론사 사주로서 경영 윤리라는 두 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브래들리는 천신만고 끝에 펜타곤 문서를 손에 넣지만 곧바로 난관에 부딪친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도 힘겨운 상대지만, 경영난을 겪는 자회사 이사들을 설득하기란 한층 버겁다.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은 명색만 사주일 뿐 남성들이 장악한 경영진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특종 보도를 놓고 토론을 벌일 때도 밀리는 처지인데, 오랜 친구인 맥나라마 장관의 회유는 캐서린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가정주부의 삶에 만족했고 직업엔 관심조차 없던 캐서린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얼떨결에 신문사 운영을 떠맡았다. “여자가 설교하는 것은 뒷다리로만 걷는 개와 같다.”는 탄식에 담긴 1970년대 미국사회 여성의 위상. 증시 상장 문제로 회사가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인데 언론 자유와 사명감, 독자의 알 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딜레마이자 속수무책. <철의 여인>에서 날마다 전투를 치른 대처 수상의 파워와 고독을 온 몸으로 재현한 메릴 스트립은 역시 훌륭한 연기자다. 고뇌하고 갈등하는 초보 경영자와 어머니에서 단호한 승부사이자 여성 지도자로 거듭나는 과정은 스트립에게 붙여진 ‘액팅 머신(Acting Machine)’ 호칭을 새삼 확인케 한다. 연기 기계나 기계적 연기가 아닌 부속품을 바꿔가며 눈부시게 변신하는 기계 말이다. ? <스포트 라이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조쉬 싱어는 드라마의 빼어난 완급 조절로 몰입감을 높인다. 중반부터 캐서린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스필버그는 첩보 스릴러 영화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끌어내는 한편 소녀의 레모네이드로 쉼표를 찍기도 한다. 미국은 왜 그렇게 베트남전에 매달렸을까. 패전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젊은 목숨들을 사지로 내몬 까닭이 무엇일까. 굴욕을 잠재울 굴욕이라니, 미련하고 저급한 코미디가 따로 없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를 잇는 제4부로서 언론이 제 소임을 포기할 때 권력은 녹슨 칼날을 시퍼렇게 다듬어 세운다. 마지막 장면은 워싱턴포스트 100년 역사에서 가장 큰 특종이자 미국 현대사를 뒤흔든 스캔들을 캐낼 것을 예고한다. ‘꿈의 공장’ 공장장 스필버그가 비통한 심정으로 연출 의도를 밝힌다. “이토록 열심히 일한 적이 없었고 이렇게 목적이 분명한 영화를 만든 것도 처음이다. 누구도 정치에서 도망칠 수 없다. 올해의 사회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 일부 단체와 언론에서 세계인들의 겨울 잔치상에 벌건 재를 뿌릴 때 워싱턴포스트는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을 ‘이번 올림픽의 의미를 규정한 순간’이라 찬사를 보냈다. 국익을 등에 업은 국가의 위선과 폭력, 시도 때도 없이 날뛰는 사이비 애국주의, 어설프고 곰팡내로 찌든 안보 상업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더 포스트>가 세상 모든 언론 매체에 전하는 메시지는 엄중하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라!” 글. 영화평론가_ 박평식 *스틸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이미지를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일 2018-02-28

  • 조회수 926

우리가 역사다!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칼럼] 우리가 역사다!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을 지나는 장례 행렬. 흑인 인권운동에 온 생애를 바쳤던 이를 애도하는 어느 중년 여성의 젖은 눈망울을 클로즈업한 화면에 해설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깔린다. “미국의 역사는 곧 흑인의 역사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라울 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I Am Not Your Negro)>는 미국인에겐 민망하고 수치스럽겠지만, 모든 인류가 기억해야할 시간들을 담담하게 되돌린다. 멀게는 백인 기병대가 어린이를 포함한 인디언 라코타족 300여명을 살해한 1890년 ‘운디드 니’ 참극부터 가깝게는 경찰에게 비무장 상태에서 총을 맞은 흑인 소년의 죽음이 촉발시킨 2014년 퍼거슨시 소요 사태까지 인종주의의 광풍이 휘몰아친 세월이다. 쇠사슬을 토막 내는 듯 맹렬한 제목을 내세운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 (1924~1987)의 미완성 회고 에세이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뉴스릴과 텔레비전 좌담회, 강연과 인터뷰, 푸티지 영상과 현장 사진 그리고 할리우드 클래식 등 풍성한 자료화면과 사무엘 L. 잭슨의 내레이션으로 수난의 흑인 역사를 들여다본다. ? ? 본디 다큐멘터리란 플롯보다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게 특징이어서 각 장면은 극영화보다 훨씬 자유롭게 배열된다. 이 작품도 굵직굵직한 사건에 등장인물이 많고 입자가 각기 다른 흑백과 컬러 영상이 섞이기 때문에 간추린 미국 역사라도 훑어보고 감상하는 게 좋다. 미국 ABC 방송의 딕 카베트 쇼에 출연한 볼드윈이 추억하는 세 사람은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 메드가 에버스.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의 중심에 있던 그들은 스크린에서도 낯선 인물이 아니다. 롭 라이너 감독의 <미시시피의 유령>은 에버스의 피살 사건을 파헤쳤고, <말콤 X>에서 타이틀 롤을 연기한 덴젤 워싱턴은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남자연기상)을 따냈으며, 재작년에 개봉한 <셀마>는 역사를 바꾼 킹 목사의 행진을 따라갔다. 삶의 목표가 같았을 뿐 아니라 생애도 짧았고 죽음 또한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닮았다. 세 사람 모두 40세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났으며 똑같이 총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 ? 인간사에서 가장 저열한 분규라는 인종 갈등. 피부색이나 겉모양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증오를 키우고 학대하며 목숨까지 빼앗는다. 아이티 출신 라울 펙 감독은 챕터를 나누듯 ‘노력’ ‘영웅들’ ‘증인들’ ‘순수’ ‘흑인 팔아넘기기’ ‘나는 검둥이가 아니다’ 라는 작은 제목을 붙여 화면을 여닫는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For Whites Only(백인만 출입 가능)’ ‘No Blacks and Dogs(흑인과 개는 사절)’ 같은 문구가 공공장소를 도배한 시대였다. 흑인은, 검둥이가 아니라 검둥개 정도로 취급되었는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 백인들의 피켓엔 저주와 혐오, 살의가 가래침처럼 붙어 있다. “검둥이는 백인이 되고 싶지 않나?” “인종 혼합은 공산주의다.” “인종차별 영원하라.” “주님은 살인과 간통은 용서하시지만, 인종 통합에 대해선 분노를 금치 못하신다.” 경찰들이 거리에서 흑인을 짓이기는 장면은 분노를 넘어 인간 행세에 환멸을 느끼게 한다. 밀도살꾼이 입맛을 다시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동작과 다르지 않으니까. ? ? 온건한 통합주의자 마틴 루서 킹과 과격한 분리주의자 맬컴 엑스. ‘비폭력과 자기방어’, ‘흑백 통합주의와 흑인 민족주의’, ‘기독교 신앙과 이슬람 교리’라는 서로 다른 삶과 사상의 극심한 대립. 현실 인식과 해결 방안 또한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와 “나는 악몽을 봅니다.” 안타까운 것은 두 사람의 가치관과 해결책이 합쳐질 무렵에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맬컴 엑스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도록 함께 노력한 동료 집단에 사살당했고, 백인들과 공존과 타협을 지향한 킹 목사는 백인에게 목숨을 잃었다. 킹 목사의 피살 소식을 알리자 비명과 휘파람 소리가 뒤엉킨다. 변화와 희망은 꿈도 꿀 수 없는 건가.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가 40년 뒤 미국 사회를 예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잠꼬대이거나 뜬구름 잡는 이 목소리를 연결하는 장면이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위대한 기적이자 지혜로운 선택. ? 미국 사회를 지배한 백인 앵글로색슨과 노예 신분을 벗어났어도 만년 빈곤층을 형성한 흑인들. 할리우드 고전 영화들이 두 계급의 관계를 꿰뚫어 본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킹콩>, <댄스, 풀스, 댄스>, <더 몬스터 워크스> 등 1920~30년대 서부극과 멜로드라마, 스릴러와 판타지, 뮤지컬 영화는 어떤 통계나 자료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당시 미국인들은 스크린의 흑백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인종 문제에 영화는 어떤 구실을 했을까. “도덕적으로 미성숙도 미덕이 되어버렸다. 평생 영화 속에서 인디언에게 훈계를 해온 그는 성숙해질 필요가 없었다.” 서부 들판과 계곡을 누비는 정의의 카우보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보수 우파 애국자. 볼드윈이 야무지게 꼬집은 그 배우 이름은 퀴즈로 남기겠다. 백인 후손을 낳은 흑인들의 아픔은 <슬픔은 그대 가슴에>(1934)의 초등학교 교실 장면만으로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맬컴 엑스가 자기 머리칼이 붉은 색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았을 때의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 ? 할리우드에서 시드니 포이티어 이전에 주연을 맡은 흑인 배우는 없었다. 흑인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베를린영화제 은곰상도 포이티어의 몫이었다. 데뷔작 <노 웨이 아웃>부터 <흑과 백>, <초대 받지 않은 손님>, <밤의 열기 속으로>등 4편을 골라 핵심을 요약하고 상황을 비교하는 방식이 탁월하다. <흑과 백(The Defiant Ones)>의 예를 들면, 포이티어가 달리는 열차에서 감방 동기 토니 커티스 때문에?결정한 행동을 놓고 흑인과 백인의 반응을 살펴보는 식이다. 1991년 로드니 킹 구타 사건과 폭동에 <하오의 연정>과 <브로드웨이의 자장가>의 댄스 장면을 얹는 수법도 눈길을 끈다. 게리 쿠퍼와 도리스 데이를 두고 ‘세상에 실현되지 않은 순수를 가장 그로테스크하게 대표’ 한다거나 를 열창하는 레이 찰스는 ‘음지에 있지만, 꼭 필요하며 부정당한 존재의 이미지’라 규정하는 대목은 예리한 대중문화 비평으로 읽힌다. ? “예전에는 흑인을 목화 농장에서 썼지만 이제 더는 필요 없어서 너희를 전부 죽일 거야 인디언한테 한 것처럼.” 2007년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비무장 흑인 7명 사살, 서부 개척시대 <커스터 장군>과 <솔저 블루>에서 기병대의 인디언 공격. 차별과 편견, 적개심에서 나온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뿐더러 마침표를 쉽게 찍을 수도 없음을 일러준다. 이 영화 제목이 저항과 다짐의 현재 진행형으로 비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손을 든 흑인 소년이 사격 표시판처럼 총탄을 여섯 발이나 맞고 죽은 게 겨우 4년 전 일이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에겐 자유로울 권리뿐 아니라 자유로울 의무가 있다.” “우리는 역사를 품고 산다. 우리가 역사다.” 언제나 당당했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흑인 인권운동가들의 메시지가 힘차고 명확하다. ? 글. 영화평론가_박평식 *스틸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이미지를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일 2018-01-31

  • 조회수 972

[기자수첩] 우리 일상으로 다가온 VR, 어디까지 왔나?

[기타] [기자수첩] 우리 일상으로 다가온 VR, 어디까지 왔나?

[글. 한국일보_김태헌 기자] 2016년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포켓몬고(pokemon go)’가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 열풍은 AR을 뛰어넘어 보다 진보된 기술인 가상현실(VR)로까지 이어진다. 글로벌 기업들은 포켓몬고 성공에 VR의 가능성을 확신했고 과감한 투자는 계속됐다. 그 결과 VR은 우리 일상인 게임, 교육, 레저, 영화 등 다양한 곳까지 활용되기 시작했다. VR은 AR과 유사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AR은 현실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보여주는 반면, VR은 그래픽 등을 통해 현실이 아닌 환경을 현실과 흡사하게 만들어 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VR기술은 게임 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 분야로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영국 IT시장조사기업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VR산업 세계 시장 규모는 2016년 39억달러에서 2020년 1485억달러(159조원)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이미 국내 최초의 상용화 VR콘텐츠는 2016년 4월 출시됐다. 바로 KT의 VR야구 생중계다. 같은해 6월에는 음원제공사이트 지니가 아이돌 가수 콘서트 장면을 VR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VR을 통해 좀 더 실감나는 경기를 감상할 수도 있게 됐다. 인텔은 ‘트루 VR’을 이용해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가상현실 방송을 생중계한다. 경기당 3∼5대의 카메라가 사용돼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점을 선택해 경기를 즐길 수도 있다. ?◇ 게임에서 교육 그리고 영화까지 2014년 페이스북은 VR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무려 2조원에 인수해 VR산업에 뛰어들었고, 삼성전자도 ‘기어 VR’을 출시하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V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출시하며 2016년 이후 약 2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VR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 ?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VR이지만, 그 정점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대중적이며 상업적이고, 시각과 청각의 활용이 중요시되는 산업이 바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영화와 VR접목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웹드라마나 단편, 다큐와 독립영화 등이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는 여전히 등장하지 못했다.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입장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VR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도 여전히 없다. 영화관으로서는 VR로 제작된 상업 영화 수가 적어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VR영화 상영을 위해서는 헤드셋이나 기존 좌석 재배치, 진동의자 등이 필요한데, 기존 상영관을 상영일수가 적은 VR 영화를 위해 빼둔 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관객을 위한 극장가보다 이보다 소수 인원이 이용할 수 있는 VR게임방이 차츰 등장하고 있다. ? 하지만 극장가도 VR영화에 대한 실험은 계속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19일부터 VR영화 9편을 특별상영 하고 있다. 상영되는 영화는 △'나인 데이즈' △'거제도: 제3의 전선' △'선유기' △'우리의 발자취' △'해피랜드360' 등이다. 나인데이즈는 송윤아와 한상진이 주연한 국내 최초의 극장형 VR 영화다. ? 삼성전자 역시 저시력 장애인들을 위해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VR헤드셋은 기기를 안경처럼 착용하기 때문에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관보다 더욱 더 선명한 화질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두 개의 빛:릴루미노'를 상영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도 VR을 통해 볼 수 있다. CGV는 'VR툰'(VR TOON)을 도입했다. VR툰은 360도 구(球) 형태의 이미지를 활용해 독자가 실제 만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용자의 시선에 따라 만화 속 말풍선이 내레이션과 효과음 형태로 바뀌면서 만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 ?◇ 활용도 높은 VR이지만 부작용도 주의해야 ? 교육과 훈련도 VR이 적극 사용될 분야다. 수학여행을 떠나야만 신라와 백제 문화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VR기기 착용만으로 수업 중 그 장소에 다녀올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미국 알파인스키 대표팀은 VR을 이용해 스키 훈련을 하기도 한다. 또 운전 연습, 승마, 자전거, 놀이기구 체험 등에서도 VR은 활용된다. 정부도 이르면 2019년까지 VR 훈련센터를 구축해 예비군 훈련에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전투훈련이 가상현실로 가능해진 셈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초음파 태아 영상을 VR로 볼 수 있는 기술도 제작됐고, 미국에서는 전쟁에참여한 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치료에도 VR이 활용된다. 고소공포증을 이기기 위한 훈련과 음주운전 예방 등에도 VR이 이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사용이 가능한 VR기술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VR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경처럼 기기를 착용하고 영상을 시청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 일부에서는 VR착용시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VR기기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낸다. 다만 학자들은 전자 기기 화면을 장시간 응시하는 것이 시력 저하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VR기기가 본격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관련 연구도 많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VR기기의 장기 부작용 등에 대한 의견이 대립된다. ?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VR기기와 관련한 연구가 부족한 만큼 아이들의 기기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제조하는 삼성과 오큘러스는 자사의 헤드셋의 권장 연령을 13세 이상, 소니의 경우는 12세 으로 설정했다. HTC는 자사의 VR기기를 어린이에게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 반면 VR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아동의 학습능력이 높아진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경제경영연구소인 디지에코는 6세 아동들에게 VR콘텐츠 본 아동들의 뇌파 리듬이 26% 높아졌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양방향 콘텐츠를 시청할 때 두 뇌파 모두 각각 39%, 34%로 대폭 증가한 것이다. 또 주의력이 요구될 때나 각성 상태에서 나오는 SMR파 또한 양방향 콘텐츠를 봤을 때가 26% 더 높았다. ? 이처럼 VR 사용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대립 견해가 있는 만큼, 과도한 몰입 대신 시간을 조절해 이용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통한 긍정적 효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위 글은 위원회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작성일 2018-01-31

  • 조회수 747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 영화 <1987>

[칼럼]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 영화 <1987>

“... 뜨겁게 살다 젊어서 죽어/ 깊은 시간에 합류한 벗이여/ 살아남은 나를 너무 노여워 마라/ 살아 있는 나를 너무 부러워 마라/ 나는 부끄럽게 아직도 살아남아/ 깊은 곳을 향해 발버둥치고 있으니/ 자꾸만 가볍게 떠오르는 들뜬 시대에/ 부끄럽게 살아남은 나는/ 살아서는 너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나는/ 좋았던 벗이여/ 그래도 몸부림치는 내가 가여워/ 너는 깊은 시간의 중력으로/ 내 발버둥에 묵직한 돌멩이로/ 나를 끌어 당겨주고 있구나.” (박노해의 시 <깊은 시간>에서). ‘땡전 뉴스’와 보도지침. 야만과 폭압의 정권이 앗아간 젊은 생명들. 6월 민주항쟁과 ‘87년 체제’ 탄생. 금지곡 500곡과 금서 431종 해금. 그럼에도 좌절과 희망, 전진과 퇴행을 반복한 세월. 그러나 반동의 정점에서 타오른 분노와 열망의 촛불. 장준환 감독이 연출한 <1987>은 30년 전 광장의 복판에 투신하듯 뛰어들어 넋을 흔든다. 뜨겁고 아픈 129분. 한국 영화 2017년의 베스트. ? 실화에 근거한 줄거리가 아니라 실제 사건 그대로다. 새내기 여대생 연희(김태리)를 제하곤 모두 실존했던 사람들로 더러는 실명을 밝히기도 한다. 사람 잡는 '백골단'을 포함한 엑스트라까지 모든 인물과 사건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1987년 1월 14일, 대공분실에 끌려가 심문을 받던 대학생 박종철이 사망한다. 증거 인멸을 꾀하는 대공수사처장 박처원(김윤석)은 시신을 화장하라고 지시하지만, 공안부장 최 검사(하정우)는 부검을 고집하며 끈질기게 버틴다. 언론들이 앞 다퉈 사망 기사를 올리자 박처장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심장 전문의도 까무러칠 해명을 한다. 꾀를 내도 죽을 꾀를 낸다더니 ‘탁 치니 억’은 한동안 정권의 궤변과 비도덕성을 조롱하는 유행어로 퍼졌다. 하나하나 사건을 조각처럼 맞춰가며 큰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흥미를 더한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바통을 주고받는 릴레이 경주이고, 음악으로 치자면 독립된 여러 선율이 흘러가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유지하는 폴리포니 기법에 가깝다. ? 개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국가 기관이 인권을 짓밟고 말살하는 내용의 영화는 <1987>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양심과 용기, 신념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게 묻는 한국 영화는 생각나지 않는다. 특정 인물을 내세우거나 캐릭터를 강조하기보다는 광고 문안대로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증언한다. 목숨이 위태로워도 불의와 악행엔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뱃심 좋은 검사를 필두로 물고문한 사실을 털어놓는 의사, 위협과 회유에도 꿋꿋한 부검의, 받아쓰기를 온 몸으로 거부하는 열혈 기자, 음험한 정보를 외부로 빼돌리는 교도관 등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낸다. 간첩을 색출하기보다 빨갱이 제조에 골몰하는 시절. 누군가는 분노와 탄식으로 돌아보는 시간일 터이고, 또 누군가는 중세 암흑기의 광기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거대악과 보통 사람들의 대결이 점점 팽팽해지더니 스릴러 영화에 버금가는 긴박감을 끌어낸다. 핸드헬드 촬영과 클로즈업, 줌인 줌아웃을 구사하며 카메라는 추악한 권력의 실상을 멀미나도록 맹렬하게 파헤친다. ? ?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대공분실 5층은 이른바 ‘공사’를 하던 장소였다.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난도질하는 공사.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는 그곳에서 장의사로 통하는 고문기술자에게 갈가리 찢겨진 김근태 의원의 22일을 몸서리치도록 묘사했다. 검은 벽돌로 둘러싸인 건물 내부는 고문하기엔 최적의 세팅이었다. 방향 감각을 마비시키는 나선형 철제 계단, 자해나 탈출을 막으려는 팔목 하나 길이의 창문, 철망으로 감은 형광등, 비명 소리만 울리게끔 고안된 벽면, 밖에서 조작하는 조명 스위치와 감시용 렌즈, 맞은편에서도 볼 수 없도록 엇갈리게 배치한 출입문,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극한의 공포와 극도의 수치심을 안겨주려고 치밀하게 설계한 악의 공간, 아니 인간 도살장이다. 영화 후반 도살장에 들어선 카메라는, 물속에 거듭 처박혀 죽어가는 박종철의 고통을 긴 호흡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기술자들의 웃음소리에 섞이는 애국가가 장송곡처럼 늘어진다. 짐승의 시간에 내지르는 인간의 비명.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가장 더럽고 악랄한 폭력이 바로 고문이다. ?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에서 악덕 기업주가 화성인일지 모른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과시한 장준환은 세 번째 연출에서 역사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뚝심과 통찰에 디테일을 곁들인다. 교회 난간에 매달린 재야인사의 그림자에 겹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예수상, 희생과 저항과 승리를 암시하는 교차 편집, 쏟아지는 양초, 구겨진 운동화 한 짝 등 상황과 소품으로 의미를 캐는 솜씨가 빼어나다. 티켓 파워에 기댄 전략인가. 포스터에도 빠졌고 시나리오에도 잘 생긴 남학생으로만 표시할 정도로 철저하게 감춰진 배우가 나온다. 순정 만화나 청춘 멜로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두 사람의 풋풋한 관계는 반갑고도 당혹스럽다. 뚝배기에 담긴 콜라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항쟁을 이끈 아름다운 기폭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다. 말투와 억양, 표정과 몸짓 등 김윤석의 연기는 소름끼칠 지경이어서 악당이 강해야 영화가 산다는 히치콕 감독의 말을 새삼 확인케 한다. ‘반공’과 ‘애국’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박처장은 사냥개를 자처하는데, 감독은 그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슬쩍 건드리며 이분법의 덫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 “철아, 잘 가그레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 한국 영화 아니 한국 현대사에서 이보다 더 비통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있는가. 신파적 설정이라니, 대꾸할 가치도 없다. “진실은 지하에 묻히면 스스로 자라나 무서운 폭발력을 얻는다.” 간첩 누명을 쓰고 투옥된 드레퓌스 대위의 구명 운동을 펼친 작가 에밀 졸라의 말이다. 이 영화도 상영 시간 내내 진실의 폭발력에 집중한다. “우리한테 남은 마지막 무기는 진실이다.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 진실이라는 불씨가 점점 커져 불덩이로 옮겨지고 급기야 용암처럼 터지는 6개월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지만 외면하기 어렵다. 마지막 장면은 한국 영화의 역대급 엔딩으로 꼽아도 좋겠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불화살로 날아간 청춘들. 전율과 감격! <1987>은 그때 그 광장에 지금 여기를 투영한다. 야만시대의?어둠을 뚫었던 ‘독재 타도’ 의 함성이 이제 ‘적폐 청산’을 거쳐 ‘개혁 통합’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장년층 관객들에게는 뿌듯한 감회와 긍지를 안겨줄 터이고, 한국 근현대사를 교과서로만 배운 청소년들에겐 현장을 답사하듯 정확하고 친절한 동영상 강의로 다가갈 영화다. ? 글. 영화평론가_박평식 *스틸은 포털사이트에 게시된?이미지를사용하였습니다

  • 작성일 2017-12-27

  • 조회수 20826

[기자수첩] 흥행으로 본 2017년 영화

[기타] [기자수첩] 흥행으로 본 2017년 영화

[글. 국제신문_이원기자] 올해에도 영화계는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스크린을 밝혔으며, 2억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7년에 개봉한 수많은 영화들 중 ‘2017 박스오피스’ 10위(12월 개봉 영화 제외)에 오른 영화들을 통해 지난 1년간의 극장가를 돌아봤다. ? ? ■ 한국영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촛불 집회와 대통령 탄핵, 그로 인해 일찍 실시된 대통령 선거 등의 사회 분위기는 한국영화의 흥행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래서 시대정신을 반영하거나 사회성이 강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았으며, 반대급부적으로 무거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호쾌한 액션과 코미디 영화 또한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 먼저 올해 한국영화의 대표 화제작은 여름 시장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와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였다. 1주 간격으로 차례로 개봉한 두 영화는 명암이 엇갈렸다. 7월말 먼저 개봉한 ‘군함도’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흥행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최초로 스크린수 2000개를 넘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660만 관객을 모으며 4위에 그쳤다. 반면 실화를 바탕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는 무려 1220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에 등극과 함께 올해 국내외 영화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였지만 송강호를 비롯한 유해진, 류준열 등의 유연한 연기 호흡에 독일 출신의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진정성이 더해지면서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 (택시운전사 스틸_쇼박스 제공) 우리의 아픈 역사를 스크린으로 담은 영화는 또 있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의 왕 인조와 청나라에 맞서 화친과 척화를 외친 두 충신 최명길, 김상헌의 이야기를 그린 ‘남한산성’이 8위, 위안부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아이 캔 스피크’가 9위를 차지했다. 두 작품과는 결이 다르지만 6위의 ‘더 킹’은 정치검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된다. 한편 올해 한국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투톱 코믹 액션 영화의 성공이다.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한 현빈, 유해진의 ‘공조’와 강하늘, 박서준의 ‘청년경찰’은 재치 있는 대사와 상황의 코미디를 바탕으로 적당한 액션이 곁들여지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공조’는 780만 명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으키며 올초 한국영화 흥행을 이끌었다. 한석규, 김래원의 ‘프리즌’은 코미디는 아니지만 두 배우의 연기 대결과 감옥 액션을 선보이며 10위에 자리했다. 이외에도 ‘마블리’ 마동석의 호쾌한 액션이 돋보였던 ‘범죄도시’는 690만 명이라는 깜짝 흥행에 성공하며 8위에, 멀티캐스팅의 유효함을 보여주며 400만 관객을 모은 ‘꾼’이 7위에 오르며 하반기 한국영화 흥행을 이끌었다. 이로써 조연배우였던 마동석은 당당한 주연배우로 자리하게 됐으며, 군 제대 이후 첫 영화였던 ‘역린’으로 아픔을 맛봤던 현빈은 ‘공조’, ‘꾼’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흥행 파워를 지닌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하게 됐다.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 ‘보안관’, ‘조작된 도시’, ‘재심’, ‘박열’ 등이 차례로 10위권 밖에 자리했다. ? ■ 외국영화 쟁쟁한 한국영화에 맞선 외국영화들은 마블 히어로의 활약과 시리즈 및 리메이크 영화들의 성공 등이 눈에 띄었다. 외국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한국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SF 액션이나 판타지 영화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강세를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트렌드다. 그래서 북미에서는 마블과 DC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들이 강세인데, 한국 관객들은 너무 진지한 DC 영화보다는 가벼운 유머가 웃음을 주는 마블 영화들이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북미 2017년 박스오피스에서 2위를 차지한 DC 코믹스 원작의 ‘원더 우먼’이 한국에서는 16위에 그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스파이더맨: 홈커밍?스틸_소니픽쳐스 제공) 2017년 외국영화 1위는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홈 커밍’이다. 현란한 액션과 친근한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726만 관객을 모으며 1위를 차지했다. 마블 영화로는 ‘토르: 라그나로크’가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17 외국영화 흥행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리메이크 및 시리즈 영화가 대세였다는 것이다. 특히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미녀와 야수’는 500만 관객을 훌쩍 넘으며 깜짝 흥행을 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앞서 ‘원더 우먼’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원작이 지닌 장점과 실사 영화의 장점을 잘 살린 뮤지컬 영화라는 점과 벨 역의 엠마 왓슨의 미모가 흥행 요인이었다. ‘미녀와 야수’ 외에 리메이크 영화로는 톰 크루즈가 고군분투하며 뛰어다닌 ‘미이라’가 있었다. 시리즈 영화에는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킹스맨’ 시리즈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이 있었다. ‘킹스맨’은 전편이 600만 관객을 넘었으며 이슈를 낳았는데, 속편 또한 무난히 흥행에 성공하며 500백 관객에 근접했다. 북미에서는 28위에 그친 것을 보면 ‘킹스맨’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알만하다. 시리즈 영화로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과 ‘슈퍼배드 3’,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10위권에 자리했다. 이외에도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과 이야기 구조를 지닌 ‘너의 이름은.’과 올해 외국영화 중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있었다. 또한 10위 내에 들지 못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보스 베이비’, ‘모아나’, ‘로건’ 등이 뒤를 이었다. ? ■ 다양성영화 올해 다양성영화는 감성 로맨스 영화와 앞서 한국영화 마찬가지로 사회비판적인 한국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였다. 우선 감성 로맨스 영화가 다양성영화에서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영화 흥행 순위에는 로맨스 영화가 전무하다. 순위를 넓혀 50위권을 봤을 때 ‘싱글라이더’와 ‘어느날’ 단 두 편이 30위권 밖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다양성영화 순위에는 1위를 차지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필두로 5위 ‘내 사랑’, 10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 세 편의 로맨스 영화가 10위권 내에 들었다. 특히 이들 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 ‘4월 이야기’와 같은 일본식 로맨스 영화의 색깔이 강한 영화이지만 앞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마찬가지로 한국 관객의 감수성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 관객의 로맨스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_미디어캐슬 제공) 로맨스 영화와 함께 다양성영화에서는 적폐 청산의 사회의 분위기에 부응한 다큐멘터리도 강세였다.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지난 정부와 이를 맞서는 방송인들을 다룬 ‘공범자들’과 지난 정부의 비자금을 추적한 ‘저수지 게임’이 각각 7위와 13위에 자리해 관객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외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화가 중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에 관한 영화이자, 최초 유화 장편 애니메이션인 ‘러빙 빈센트’와 흑인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문라이트’가 예술영화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각각 4위와 9위에 자리했다. 10위권 밖으로는 ‘예수는 역사다’, ‘눈길’, ‘저수지 게임’, ‘마이펫 오지’,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등이 순서대로 자리했다. ?

  • 작성일 2017-12-27

  • 조회수 1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