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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집 - 영화 <까치발>에 관해

김지현 2021-07-06 조회수 : 879

[시네톡톡 – 칼럼]

고집

- 영화 <까치발>에 관해



영화 <까치발>(감독 권우정, 2019)은 뇌성마비 징후를 가진 딸 정지후와 엄마 권우정의 성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는 딸과 관련된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권우정의 고집을 느낄 수 있으며어느 지점에선 그 고집에 감탄을 뱉는다하지만 동시에 어느 지점에선 우리는 그녀의 고집이 지나치다고 느낀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까치발> 스틸 컷

 

가령 영화 중후반 권우정과 남편의 부부싸움 장면이 그 지점에 해당한다다큐멘터리의 관객인 우리는 영화를 통해 만난 피사체의 사적인 삶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긴 하지만부부싸움과 같이 지나치게 사적인 삶을 보는 것은 막상 또 싫어하는 사람들이다그러나 권우정은 부부싸움을 촬영한다.

 

또 다른 지나친 장면은 부부싸움 장면보다 앞에 삽입 된 권우정이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정지후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 장면이다권우정의 스트레스는 이해가 간다하지만 아이에게 저렇게까지 화내는 장면을 영화에 그대로 넣는다는 위험한 선택을 권우정은 감행한다.

 

너무나 직접적이라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들을 가감 없이 영화에 넣어버리는 고집권우정도 자신의 고집에 대한 비판을 예상한 듯하다. “돌아보면 아이를 대하는 모습에서 가학적인 측면도 보이고 반성하게 되는 지점도 있다부부싸움 장면이나 아이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불편할 수도 있을 테고그로 인해 내가 욕먹는 건 상관없다.” 이 말을 읽고 정말로 욕을 하진 말자하지만 욕을 하지 않는다고 솔직하다’, ‘당당하다’ 또는 이와 유사한 단어를 써가며 <까치발>을 옹호하지도 말자이런 평은 이미 많다대신 우리가 할 일은 영화가 앞서 말한 지나친 장면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고새로운 방식으로 <까치발>을 바라보는 것이다.

 

권우정이 정지후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 신에서 순서대로 생각해보자이 신에서 느껴지는 권우정의 낙담과 사실은 자신을 향한 분노인 딸을 향한 고함은 감정을 고조한다그리고 뒤 이어 나타나는 부부싸움 신은 고조된 감정을 터트린다그리고 부부싸움 신 뒤에는 겨울 날 눈밭 위에 천사를 만드는 정지후와 그녀의 모습 위에 이제야 딸의 이야기가 들린다.”란 권우정의 내레이션을 입힌 신이 있다이후 계절은 봄이 되고이어지는 결말부에서 영화는 영화 도입부에서 또래 아이들은 다 할 줄 알던 철봉 잡고 돌기를 비로소 행하는 정지후를 보인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부부싸움 장면이나 아이에게 화를 내는 장면에 반발이 생기는 이유에는 권우정이 솔직하게 내보인 그녀의 삶과 감정이 관객에게 너무나 직접적이어서만 있는 게 아니다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다그녀는 이 솔직한 장면들을 일종의 극작술을 통해 조직하기 때문이다고함 신-부부싸움 신은 그 내용으로 감정을 고조한 뒤 폭발시키고이어지는 눈밭 신-봄날 신은 권우정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내레이션과 그 계절적 특성으로 폭발한 감정을 해소한다.

 

이런 극작술은 권우정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우리에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유도하며 전달한다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고조-폭발-소강의 구조를 봐왔다그러니 우리는 그녀의 삶과 감정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그런데 익숙한 구조를 통해 받아들인 삶과 감정들은 가만 보니 너무나 직접적이어서 부담이다즉 <까치발>은 관객이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들을 내포한 장면들을 숨겨도 모자랄 판에 관객에게 보이고심지어 그 장면들을 극작술을 통해 조직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만들어놓은 셈이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까치발> 스틸 컷


부정적인 피드백이 예상되는 순간들을 극작술을 통해 조직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가능성 높이기우리는 이런 위험한 선택을 굳이 했다는 점에서 권우정 감독의 또 다른 고집을 느낄 수 있다그리고 이 또 다른 고집이 목적하는 바는 명백하다권우정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딸과 자신의 성장통이었을 것이다그리고 이는 단지 첫 번째 고집에 따라 모든 것을 촬영하고 촬영한 것을 솔직하게 영화에 넣어선 이루긴 힘든 것이었을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다른 아이들은 다 할 줄 알던 동작을 늦게나마 하게 된 정지후를 집어넣기 전에 고조-폭발-소강을 넣었다즉 <까치발>은 고조-폭발-소강 뒤 성장이라는 전범(典範)을 따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까치발>을 비판할 수 없다만약 고집이 하나였다면 그 고집을 아집으로 취급하며 비판할 수 있었겠지만고집이 둘이나 되니 희한하게도 고집들은 뚝심처럼 느껴지며 우리는 뚝심에 감동받는다권우정은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작업을 수행하지 않는가그리고 우리는 <까치발> 끝에서 그녀의 뚝심이 기어코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마지막 장면을 보자비로소 학교에 가게 된 정지후를 교문 앞에서 촬영하기 시작한 권우정은 촬영하지 말아 달라는 정지후의 부탁에도 촬영을 계속한다그리고 여차저차 정지후는 엄마의 품을 떠나 학교로 가다가갑자기 다시 카메라 앞으로 돌아와 엄마와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고권우정이 그녀를 달래주자 카메라에서 멀어지며 다시 학교로 간다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여기서 우리가 음미하는 것은 정지후의 왕복 운동카메라를 들고 있는 엄마 앞에 있다가엄마를 떠나 저 원경으로 나아갔다가다시 카메라 앞으로 돌아왔다가다시 떠나는 운동이다정지후가 근경에 있을 때엔 첫 번째 고집이 드러난다그런데 원경에서 떠나는 정지후의 뒷모습은 다른 것을 보여준다성장을 위해 부모를 떠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를 우리에게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이미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장 이야기의 끝을 알리는 이미지이며따라서 두 번째 고집을 위한 것이다. 정지후의 마법과 같은 왕복운동은 그렇게 <까치발>에 어울리는 결말이 됨과 동시에 권우정의 뚝심을 완수했다이 완수 덕분에 <까치발>은 그 어떤 비판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가진다.

 

영화평론가 강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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